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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UI/UX 디자이너입니까?

>업무 맥가 2020. 2. 4. 15:21

잡코리아나 구인관련 글, 각종 웹디자인 관련 학원 광고를 보면 UI/UX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보인다. 나 역시 한동안 엄청난 혼란을 겪었으며, 뭔가 '다시 공부해야할 엄청난 것이 등장했나'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국내외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며 개념을 잡아나가던 중이었다. 문제는 현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UI/UX디자이너라는 포지션으로 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업무롤의 기준점을 어디까지 잡아야하는냐로부터 찾아왔다.

기존에 늘상하던 웹디자이너의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또는 내가 모르는 UI/UX의 업무 영역이 따로 존재하는지 알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후 몇명의 팀원 또는 과거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UX, 프론트엔드디자이너등등의 최근에 생긴 포지션에 대하여 논쟁이 시작되었다.

나와 그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을 지나, 좀 더 쉽고 명확하게 UX의 개념을 전달하고자 개인적으로 정리한 글을 따로 작성한다. 시대를 돌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리모콘이라는 소재로 글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과거 학창시절 제품 디자인 수업에서 들었던, 실제 포맥스로 리모콘 목업을 만들어 몸으로 체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천천히 적어나가면 뭔가 쉬울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리모콘이라는 놈 또한 우리가 늘상 다루는 웹/앱과 비슷하게 표준화된 디자인 규격이 따로 없으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쓰임새로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 제품(프로덕트)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를 웹/앱 프로덕트 디자인과 접속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UI디자이너 리모콘을 디자인하다!

여기 꽤나 오래된 리모콘이 있다. 별다른 쉐입없이 사각형으로만 이루어진, 어찌보면 촌스럽게 느껴지는 디자인. 심플하고 미니멀리즘하며 모더니즘의 끝자락에 서있는듯하다. 제품이 출시되었을 당시를 상상해보면 혁명적이고 누구나 찬양할만한 디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작업한 UI디자이너도 그 나름의 최선이었을것이다. 당시 기술력으론 다양한 가공이 용이하지 않았을테고 디자인 자체의 심미성만 따져봐도 그리 나빠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레트로함이 더 끌린달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버튼의 배열과 간격, 각 그룹 요소를 배경박스로 구분하고 해외 판매를 위해 문자적 요소를 제거하는 시도들이 엿보인다.

 

UX디자이너의 등장!

자 이제 시간이 흘러 저 리모콘 회사에 UX디자이너가 입사한다. 여러 기업체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베테랑. 사실 그도 제품 디자인은 잘 모른다. 단지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력.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사용자에게 더 편리할지, 잘 팔릴지를 아는 자이다. 당시엔 UX디자이너라는 직군도 없었을 터, 이제부터는 그를 UX디자이너라 칭한다.

UX디자이너가 UI디자이너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 일단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형태를 변형해줘. 기능도 늘어났으니 버튼이 많아질거야.
  • 버튼이 많아진다고 해서 크기가 너무 커지는건 곤란해, 손이 작은 사람이 잡아도 편하도록 디자인해줘.
  • 건전지도 들어가야 하니 두께도 고민해줘.
  • 중요한 버튼은 형태를 달리해주고 색상도 넣어줘. 눈에 잘 띄도록 말이야.
  • 한 손에 잡았을 때 자주 사용하는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있도록 배치해주되 각 버튼들간에 연관성(그룹핑)도 고민해.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위 5개 요청사항 중에 몇 개나 예측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느정도 경력이 있거나 눈썰미가 있는 디자이너라면 위 항목 말고도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나 개선해야할 부분들이 생각날것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UI디자이너가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일테니 더 나아가 특정 타켓을 위한 사용자 환경을 고려해본다.

UX디자이너의 추가 개선안 요청

  • 지난번 전원 버튼을 빨간색으로 했더니 색맹증상 있는 사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했어.
  • 이참에 장애인들을 위해 UI를 개선해보자.
  • 특정버튼에 요철을 넣어줘. 생맹 혹은 시각 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촉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 요철은 음각보다는 양각이 좋겠어. 음각의 때가 잘 끼거든.
  • 사용자들이 리모콘을 자주 잃어버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리모콘을 잃어버리면 난감해져.
  • 개발팀에 요청해서 작은 스피커와 LED를 추가할 계획이니, 스피커가 들어갈 부분에 홀과 LED출력 위치를 잡아줘. 

그렇게 기존의 UI가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개선이 되고 더 나아가 특정 타켓을 고려한 접근성까지 갖게 되었다. 위의 경우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리모콘을 통한 대략적이며 짧은 예제에 지나지 않으며 실 업무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완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데이터가 없으니 UI와 UX모두 예측으로 업무를 진행 할 수 밖에..

엄밀히 따지면 UI/UX는 결이 살짝 다른 업무다. 양쪽 모두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지만 사실 UX디자이너는 기획, 그러니까 디렉팅에 가까운 업무를 본다. 물론 UI디자이너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최근에 들어 퍼블리싱이나 기타 잡무까지 진행하던 웹디자이너라는 직군으로부터, UI디자이너라는 포지션으로 완전 분리되며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형태로 업무가 세분화 되었다. UX디자이너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파생한 직군이라 생각하는게 맞다고 본다. 포토샵이 아닌 다양한 결과물과 형태로 사용자를 분석하는... UX디자이너의 우대 요소로 인문, 심리, 사회학등이 거론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UI디자이너가 양쪽 모두를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일정 부분 UX디자이너와 제품 설계 부분을 공유해서 협업하는거다. 물론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얻은 산출물들이 반드시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절대적인 지표라는 것은 없다. 단지 가능성 높은 예측을 할 뿐.

기존 사용자경험을 토대로 개선하고 의학적 근거와 인체공학적 설계로 제작된 버티컬 마우스

 

위 사진처럼 기존 제품군의 단점을 보완하고 출시한 개선품이라해도 그것이 곧 대세 또는 대박상품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불편이라는 단어 위엔 언제나 보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편적이라는 이 익숙함이 UX의 핵심요소라 생각한다. 설령 익숙하지 않더라도 익숙하도록 만드는 기술.

사용자는 익숙해지는 과도기를 거치고 나면 오히려 다른 것들이 불편해진다.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를 불편하다 느끼고 반대로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아이폰을 불편해 하듯. 서로가 가진 사용자 경험(UX)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혹자는 이와 같은 UX의 성질을 기획 요소로 판단 공격적이며 새로운 형태의 UI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른 누군가는 보편성과 익숙함을 유지한 채 최소의 변형으로 사용자에게 접근한다.

그럼 UX는 늘 사용자 친화를 중심에 둔 형태로 설계될까? 정답은 '아니오'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회원탈퇴는 되도록 불편하게 만들어라'라거나 쇼핑몰등의 서비스에서 '결제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CTA(콜투액션)의 반대 개념으로 설계한다'등의 형태도로 설계된다. 어찌되었던 UX디자이너 또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소속이니 말이다.

우리는 아직도 과도기를 겪고 있다. 애초부터 기획자가 없어야 하는 개발판에 영업이나 CS인력이 디렉터화 되어버린 기형적인 개발 생태계. 이제야 슬슬 UI디자이너와 퍼블리셔의 경계가 생겨났고 더 나아가 UX디자이너라는 직군까지 등장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UI/UX 학원 과정을 이수했다는 이유로 UX의 정의도 모른채 UI/UX디자이너라 떠벌리고 다닐텐가? 사용자 환경은 1도 고민하지 않으면서 자기 포지션 이외의 분야는 등한시 하는 편협한 디자이너로 경력만 쌓아갈텐가? 최소한 디자이너로 은퇴하는 시점에 UI/UX디자이너라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면 넓은 시야를 가질 것을 권한다. 직군이 분리되어 세분화 된다해서 그것이 꼭 경계가 되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더욱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다양한 의견이 난무하고 각 경력자들의 통찰력이 더해져 팀파워로 발현할때 진정 좋은 결과물이 탄생한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UI/UX디자이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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