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의 고민들] 웹디자이너로 취업하기
안녕하세요. 서울 어딘가에서 삼류로 지내고 있는 디자이너 맥가입니다.
요즘 함께 일할 팀원분을 찾으며 문득 요즘 신입분들의 생각과 제가 희망하는 부분이 다소 거리감이 있어 자주가는 웹디자이너 카페로 찾아가 최근 글을 읽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분위기를 너무 모르나 싶어서요.
아래는 최근에 주로 보이는 질문들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정리해본 글이니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이 좀 뻣뻣해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메이저 vs 마이너
개인적으로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저 자신 그리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선배로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죠. 우리가 생각하는 메이저와 마이너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대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와 그러지 못한 업체? 아니면 단순히 역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구분? 그마저도 아니면 뭣도 모르겠는데 그냥 GDweb이나 다른 사람들이 메이저급 에이전시라 떠드니까?
아마도 메이저와 마이너를 나누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프로젝트의 규모와 금액 단위일 겁니다. 이걸 바꿔서 예로 들면 대기업 프로젝트가 되겠고요.
그럼 메이저와 마이너 중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정답은 주제에 맞게 가는 겁니다. 메이저에 백날 이력서 넣었는데 안 되면 마이너 가서 일해야죠. 하고 싶은 게 디자이너라면 그 판이 어디든 뭐라도 해야죠. 그러면서 나를 발전시키고 큰 판으로 뛰어들 만큼 날을 갈아야죠. 시작부터 어느 판에 갈지 많이 고민하지 마세요.
에이전시 vs 인하우스
메이저와 마이너를 두고 고민하는 것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갈림길입니다. 적어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는 건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거든요. 물론 단순 고생이 싫어서 저울질 하는 거라면 그런 분들 얼마 못 갑니다.
개인적으로 권해드리는 루트는 시니어급으로 올라갈 때까지는 에이전시 생활을 유지하는 겁니다. (여기에서 시니어급도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5~6년 차 이상입니다. 과거 웹디자이너라는 직업군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야 시니어 기준이 3~4년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국내 웹 시장이 활성화 된 지 꽤 되었으니 시니어급 대우를 해주는 기간도 어느 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이트를 찍어내는 공장 같긴 해도 많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단시간 내에 경험해 볼 수 있고 그로 인해 속도, 스킬 등이 많이 붙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실무자분들, 이 부분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각오가 되어있고 가능하다면 에이전시에서 몇 년 고생한다 생각하시고 실무에 진입하는 게 낫습니다. 에이전시 -> 에이전시가 디자이너로 연명하는데도 수월하고요.
이후 시니어가 되어 그간의 경험, 스킬 등을 펼칠 수 있는 판을 찾아 인하우스로 진입하시면 됩니다. 에이전시 생활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자신의 장단점을 말이죠. 어떤 서비스, 어떤 디자인 스타일에 내가 적합한 인재인지… 그 판단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인하우스 생활이 가능해집니다.
혹, 저년차인데 인하우스 생활을 하고 계신다면 인맥 관리와 자기 개발을 미친 듯이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 업체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면 다음 근무지 또한 쇼핑몰업체가 될 겁니다. 선택지가 없어요. 구인 담당자들은 대부분 그간의 수행 프로젝트를 봅니다.
웹디자이너에게 퍼블리싱 필수인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입니다만, 네 필수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화면을 설계하는 직업군입니다. 예술직업군이 아니에요. 우리가 디자인하는 화면들이 내부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최소한은 알아야 더 좋은 디자인, 근거와 설득력 있는 UI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혹자의 말처럼 퍼블리셔가 있는 판에 가면 디자이너인 내가 퍼블리싱 할 일이 없다. 또는 나는 디자인 쪽에 몰방하겠다.
네 당연히 그러셔도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부분의 퍼블리싱을 못 하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또한 못합니다. 퍼블리싱을 잘하라는 게 아닙니다. 어느 정도 이해도를 가져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스가 더럽거나 정교하지 못해도 내가 만든 시안을 퍼블해서 웹상에 출력시킬 수 있는 수준의 퍼블 스킬은 늘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퍼블리싱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웹디자이너. 천상계급 디자인 실력을 지니고 있는게 아니라면 함께 일하는 개발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란 힘든 일입니다. 자기 개발로 디자인 위주로 공부하되 퍼블리싱을 등한시하는 미련한 행동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웹디자이너이지 편집디자이너 또는 포토샵 기능직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면 주변이 보입니다. 기획, 마케팅, 심지어 프로그래밍까지 보입니다. 그리하면 나중에 초경력자 수준까지 올라갔을 때 PM급 업무를 소화할 수 있게됩니다. 물론 단순 디자인만 하면서 PM급 까지 올라가시는 분들 종종 뵙습니다. 문제는 이런분들 기획, 개발집단과 의견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더군요.
아무튼 퍼블리싱과 그외 우리와 맞닿아있는 분야들. 시간이 될때마다 습득하면 좋습니다.
신입.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팁이 있을까요?
아마 포트폴리오를 어찌 구성하느냐에 대한 질문이겠지요. 요즘 웬만한 학원이라면 아마 다들 비슷하게 포트폴리오 구성하고 계실 텐데요. 대략적은 요즘 신입분들의 포트폴리오는 아래와 같습니다.
웹사이트 1~2개 (대기업 사이트 또는 유명 사이트 리디자인, 반응형)
iOS, AOS, 모바일 (앱인지 모바일웹인지 파악 불가능한 앱 디자인 1~2개)
상세페이지 또는 프로모션 페이지, 그에 따른 배너 베리에이션
이 모든 걸 포함한 학원에서 지원해준 기성품 형태의 사이트(부트스트랩, 템플릿타입)
포트폴리오만 놓고 보면 차라리 학원 쪽 지망생들이 낫습니다. 대학 졸업 전공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더 민망한 수준이니까요. 하여튼 학원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그나마 면접관들에게 어필할 만한 디자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사견 타서 적어보겠습니다.
꽤 많은 포트폴리오로 뷰티, 자동차 사이트, 쇼핑몰, 기업소개사이트 등을 제출합니다. 이중 자동차 사이트는 포트폴리오로 제출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자동차메이커가 몇 없습니다. 디자이너로 살면서 자동차 사이트를 구축할 일도 없다는 말이 됩니다. 현대자동차, 르노삼성, 기아 등등에 웹디자이너로 지원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미지 빨 가득 세운, 원 소스 자체가 좋아 디자인 능력을 가늠하는데 해가 되는 자동차 사이트는 포트폴리오로 구성하지 마세요.
쇼핑몰 업체 인하우스 지원이라면 쇼핑몰 사이트& 상세페이지 포트폴리오에 추가해도 됩니다. 단 이것은 실무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제출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지원하려는 업체가 ‘고도몰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면 고도몰 자체의 기본 레이아웃 등의 분석을 어느 정도 해놓고 이력서상에 '고도몰 디자인&HTML 부분 수정 가능' 이라고 명시하는 게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요즘 쇼핑몰 업체들 사방넷을 통해 11번가나 지마켓 등 다양한 오픈마켓으로 홍보도 하고 배너도 제작합니다. 그런 부분도 파악해보세요. 가능하다면 고도몰 또는 카페24 등 쇼핑몰에 가입해서 실제 수정도 해보고 사용해보세요. 무료로 가능합니다.
다시 정리합니다. 학원에서 정리해준 포트폴리오 구성은 커리큘럼에 포함된 최소, 그러니까 교육 중에 나온 결과물들이지 실무에 적합한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의지가 있다면 입사하고자 하는 업체의 서비스를 파악하고 그것을 분석/리디자인 하는 열정이 백배 낫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실패로 남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10개의 업체를 지원하면서 10번의 분석과 10개의 리디자인 결과물을 얻을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더 다양해지고 단단해집니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면 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구축해서 URL로 제출하세요. PDF, 이미지 따위보단 구인자의 시간을 더 뺏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결과물을 더 지켜볼 수 있게 해줍니다. 자소서 또한 디자인하세요. 우리는 디자이너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디자이너로 먹고사는 동안 모든 결과물을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JPG로 파일 띡 하나 던지거나 PPT만도 못한 구성의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됩니다. IT바닥 생각보다 좁습니다. 판이 작다는게 아닙니다. 경력자들 각각의 인맥이 그물처럼 얽혀 1~3명을 건너면 아는 사람이 나올 만큼 인맥을 중요시 하는 판입니다. 그러한 판에 나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아주 중요한 문서입니다.
여담.
면접관이나 기업체를 비판하는 글, 종종 보입니다. 다시 한번 고민해보세요. 커뮤니티에는 많은 사람이 가입해있고 당신을 인터뷰한 당사자가 커뮤니티의 회원일 수 있습니다. 면접관이 독설을 날려 또는 주관적인 기준으로 당신을 비판했다 하더라도 구직자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당신보다 선배이고 이미 어느 회사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인정받은 존재입니다.
디자이너는 항상 날이 서 있고 고집스러워야 하며 그것이 곧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해 전문가로 거듭나게 하는 성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데 반대로 상당히 유연해야 하기도 합니다. 많은 클라이언트를 끊임없이 상대해야 하고 내가 만든 결과물이 런칭되어 수많은 피드백을 수긍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조언. 그것이 달지 않다고 마냥 튕겨내면, 언젠가는 부러저셔 짧아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길고 지저분하며 뻣뻣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언젠가 저랑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 실무에서 뵙고 싶습니다. 오늘도 으라차차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