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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ga:1980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본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일상다반사 맥가 2016. 3. 3. 18:03

몇해전 늦은 가을. 

영월에 파견근무를 간적이 있어.

영월 특산품과 관광지 정보를 조사하러 말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어. 그곳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도 듣고...

 

파견근무가 끝나갈 무렵.

그날의 오후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멀리 산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더군.

강에 비친 그 모습이... 강에 반영된 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마구 셔터를 눌렀어.

땀이 나더라.

늦가을 햇볕이 무척이나 뜨거워서 말야.

터벅터벅 걸었어. 내 키보다 몇배는 길어져서 늘어진 그림자를 뒤로하고...

 

멀리 굴다리가 보였어. 그 밑으론 왕복 일차선 도로가 지났는데.

아지랭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도로 위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이더라고

바삐 걸음을 옮겨 가까이 가니

할아버지 한분이 아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할아버지 만큼 오래된 자전거를 끌고가고 있더군.

뒷 안장에 할머니 한분을 태우고 말야.

 

굴다리 안으로 해가 들어오고, 두분의 실루엣이 더욱 짙어졌어.

마치 그 굴다리가 천국으로 향하는 문처럼 보이더라구...

 

카메라를 들 생각도 못했어.

눈에 담느라 급급했거든.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패달을 밟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던 한 늙은 소년은.

그런 자신 옆에서 오랜시간 아껴주고 사랑해준 그만의 소녀를 태우고

찰나가 만들어낸 천국의 문으로 들어갔어.

 

이건 내가 알고있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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